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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11] 억지로가 아니라 기꺼이
마가복음 15장21절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모든 사랑을 쏟으신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셨습니다. 우리 때문에 고통당하시고, 우리 때문에 쓰러지신 주님! 그 주님은 우리 때문에 모든 힘을 소진해서 더는 십자가를 지고 걷지 못하셨습니다.

이때 로마 군인들은 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합니다. 그는 할 수 없이 끌려와 십자가를 졌습니다.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억울하게 감당해야 했습니다. 왜 하필 내가 이 십자가를 져야 하느냐고 원망했을지 모릅니다. 그는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길을 올라갔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시몬의 모습을 저와 교회 안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영광스러운 예배의 자리에 혈기 왕성한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억지로’ 앉아 있습니다. 감사와 기쁨으로 드려지는 헌금함에도 ‘억지로’ 담긴 봉투가 있습니다. 기도와 봉사 헌신의 자리에도 ‘억지로’ 나와 있습니다. 주님의 피 흘리시는 십자가의 길 앞에서조차 ‘억지로’ 끌려와 있는 시몬이 저희였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인지 끌려온 것인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놀라운 사실은 그런 우리에게도 주님은 한없는 은혜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끌려온 자이지만 주님은 그를 존귀하게 여기셨습니다. 구레네 사람 시몬과 그의 아들 알렉산더와 루포의 이름을 성경책에 영광스럽게 기록해 두셨습니다.

놀랍게도 성경은 시몬을 그의 부모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녀들을 통해 소개합니다. 복음서를 접하고 있는 성도들이 알렉산더와 루포를 잘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들은 부모의 신앙에 가려진 자녀가 아니라 도리어 초대교회에 잘 알려진 유명한 믿음의 사람들로 아버지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따랐던 시몬을 보시고 그의 자녀들을 축복하신 것입니다.

그의 아내 역시 교회에 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선교와 목회 사역을 하는 동안 참 많이 힘들었던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시몬 가정을 언급합니다.(롬 16:13) 놀랍게도 바울은 ‘루포의 어머니’를 ‘내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루포의 어머니는 바울을 친자식처럼 사랑해줬습니다. 어머니처럼 돌봐준 시몬의 아내는 루포와 알렉산더만을 자식으로 여긴 것이 아니라 교회의 젊은 종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돌봤습니다. 그녀는 바울에게 큰 위안이 되어준 사랑과 기도의 어머니였습니다.

성도 여러분! 억지로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한없는 은혜를 베풀어 그 가족을 존귀하게 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따를 때 시몬의 아들들과 같은 다음세대가 일어납니다. 영적인 부모가 나타납니다.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교회가 세워집니다. 억지로 끌려 온 듯 살았는데 그 삶의 길을 인정해 주시고 축복하시는 주님이 우리 예수님입니다. 늘 부족한 듯 주님을 섬겨 왔음에도 그런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이 우리 예수님입니다. 그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삶을 소중하게 여겨 주십니다.

이제 우리는 기꺼이 십자가를 질 것입니다. 우리가 누릴 영적인 복들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것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사랑과 은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를 위해 골고다에 오르시고 거룩한 보혈을 흘려주신 주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심지어 십자가를 따르는 것이 복음을 위해 형제나 자매나 아버지나 어머니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리는 길일지라도 즐거이 그 길을 갈 것입니다. 억지로라도 따르는 자들에게 은혜를 베푸셨던 하나님이 기꺼이 따르는 자들의 삶을 외면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은 백배의 상급과 영생의 복을 누리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 10:28~29)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 어쩌면 고통스럽고 힘겨운 길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삶을 새롭게 만든 길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함으로 나아갑시다. 은혜 없이 갈 수 없는 길이고 눈물 없이 갈 수 없는 길이지만 우리는 가렵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이젠 기꺼이 주님과 같이 갑시다. 그 십자가의 길을!

정영균 목사(경주동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