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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06] 어느 교회이야기
깊은 산골에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함께
나와 나의 벗들의 마음은 가난합니다
주여 여기 함께 하소서

밀방아 끝나는
달 뜨는 수요일 밤
육송으로 다듬은 당신의 단 앞에
기름불을 밝히나이다
주여 여기 임하소서

여기 산기슭에
잔디는 푸르고
새소리 아름답도소이다
주여 당신의 장막을 예다 펴리이까
나사렛의 주여
우리와 함께 여기 계시옵소서(김현승의 '촌 예배당')
 
어느 교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해변 갯가로 빠지는 면 단위 좁은 신작로라서 차도 별로 다니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버스가 하루에 몇 번 오가곤 하는 곳이다. 신작로 가에서 조금 떨어진 산 밑으로 작은 방죽을 뒤로 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상수리 나무 숲 아래로 또 작은 마을이 있다. 사람들이 살다가 떠나간 빈집들이 한 둘 보이지만 그래도 저녁때면 저녁 군불을 때는 하얀 연기가 오른다.
 
그 언덕위로 조그만 예배당이 자리잡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좀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작은 십자가가 앞 지붕 위에 세워져 있고 옆으로 원두막처럼 기둥을 세운 종각이 단조롭게 서 있다. 서 너 개 작은 유리창이 길게 내려있고 안으로는 열두어 개의 긴 의자가 보인다. 들어서면 강단 벽의 나무 십자가를 바라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며 기도하게 된다. 만종이 들려오는 들녘 너머 예배당처럼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목사님 가족은 예배당 주변의 텃밭에서 농사일도 하고 동네 사람처럼 티 나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한다. 고샅길 걷다가 동네 어르신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허물없이 농사 이야기도 나눈다. 몇 가정 안 되는 집사님들과 교인들은 동네 이웃에게 생일 떡도 돌리고 찐 고구마도 나누며 서로 허물없이 산다.
 
새벽이면 새벽종이 고요히 울린다. 몇 분 집사님이 하얗게 와서 기도하고 간다고 한다. 주일날은 초종이 울리고 재종이 울리면 예배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이 드신 할머니 집사님이 오래전부터 종각의 긴 줄을 붙잡고 종치는 일을 맡아서 하신다. 목사님은 어느 땐가 때가 차면 동네 사람들이 교회에 나올거라는 믿음으로 다 교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예배당 종소리가 매일 고요하게 들리는 것 그것이 믿음의 심방이 되는 것처럼 매일 계속되는 말씀의 종소리가 되는 것이다.
 
어느 날 친분이 있는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면 소재지 교회의 담임목사 청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날 아내와 상의를 했는데 그냥 이 교회를 섬기고 믿음의 식솔들과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교회는 아름답고 해맑은 수채화처럼 언덕 위에서 마을을 품고 먼 데 웅장하고 높은 산은 담청색으로 경건히 바라보인다.

아파보지 않고 아파 봤어도 지금 아프지 않으면 진정 느끼지 못하는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목사님은 일용할 것을 주시는 가난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섬긴다는 것이다. 병들고 소외당하고,고통스런,배고프고,춥고,궁핍하고 그리고 노숙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과 위로와 도우심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자연의 품이 그리고 고향의 둥지가 그리워서 귀촌, 귀농하는 분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 더 활기찰 거라는 기다림도 있다고 한다. 들녘에서 일하는 동네 사람들이 해질 무렵의 바람소리에 종소리를 기억해내며 예배당을 바라며 기도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 언덕 위의 예배당을 더 경건하고 사랑스런 기도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기야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중략)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잠자기 전에 몇 십리를 더 가야한다/잠자기 전에 몇 십리를 더 가야 한다(로버트 리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라는 시 첫 번째와 마지막 연의 부분).
 
이 어느 교회에 머물거나 혹여 먼발치로 바라보며 지나가는 나그네가 있다면 거룩하신 분을 사랑하고 무언가를 약속하고 다짐할 것 같다.

최용호 장로(영산포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