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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19] 이어령,‘부활절·한국교회·신앙’을 말하다(1)
“십자가의 아픔 겪지 않고는 진정한 목소리 들을 수 없다”

이어령 전 장관 ‘부활절·한국교회·신앙’을 말하다

이어령(85·사진) 전 문화부장관이 17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가시 면류관과 ‘장미창’은 남았다”며 “물질은 불에 타도 ‘고통과 영광’이라는 종교적인 메시지는 불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부활절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최악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살아남은 면류관과 장미창처럼, 한국교회도 부활절을 맞아 재탄생하고 거듭나는 체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15일(현지시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빚어진 손실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처절한 고통을 상징하는 면류관과 빛이 들어오는 장미창이 보존된 것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읽어낸 것이다.

이 전 장관은 현재 한국교회와 기독교에 통과제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린 것처럼 교회가 피 흘리는 아픔을 겪지 않고는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태아가 4㎝의 산도를 빠져 나와야 세상에 나오는 것처럼, 한국의 기독교도 모체로부터 영양을 받는 태내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이며, 갈수록 생명이 위협받는 반생명시대에 생명을 말할 수 있는 곳이 곧 교회라고 했다. 정보화시대 이후 다가올 ‘생명 자본주의’ 시대에 생명을 존중하는 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예수의 부활은 거듭남, 곧 육체도 정신도 조건도 달라지는 것”이라며 “세상에 진짜 기적은 부활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슬픔으로 시작한 인간의 삶이 진정한 기쁨으로 할렐루야를 외치며 거듭난 게 기독교인의 삶”이라며 “기독교인은 이런 삶과 세계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지성을 넘어선 영성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 시대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시대의 석학으로 꼽히는 이 전 장관은 2007년 일본에서 하용조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고 기독교에 입문했다. 이후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명이 자본이다’ 등을 통해 인문학적 토대 위에서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암 진단을 받은 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최소한도로 슬퍼하면서 즐기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며 집필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김나래 김아영 기자(국민일보 종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