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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06] 박용숙, '청각장애인의 대모 상담가'
서울 송파구 법원로8길 주성농인교회 박용숙(61·여) 목사는 ‘청각장애인들의 대모’로 통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외길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신실한 대변인’이다.

그가 지금까지 전도한 청각장애인은 100여명이다.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은 35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이 중 기독교인은 7000명(2%)도 채 안 되는 실정이지요. 청각장애인 1명 전도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하나님에게는 한 영혼 한 영혼이 천하보다 중요하답니다.”

그는 ‘건청인’이다. 그러나 청각장애인 성도에게는 ‘성실한 목회자’ 그 이상이다. 그들의 신앙생활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억울한 사연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각종 전시회, 찬양집회 등을 통해 받은 수익금, 사례비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 또 이잡문화센터(ezob.org)를 설립해 청각장애인에게 무용과 그림을 가르치고 문화선교 활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의 청각장애인 선교와 구제 이야기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가이자 서예가, 무용가, 복음성가 가수 등 문화예술인으로 활동하다 ‘청각장애인 세계’를 알게 됐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예전시회에 청각장애인들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청각장애인들의 딱한 사연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사연을 듣다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이후 많은 청각장애인을 만났답니다.”

이후 그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렸다. 수화통역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를 통해 수화강의를 했다. 또 텔레비전이나 세미나 등 각종 현장에서 수화통역을 맡았다.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몸이 아플 때는 온몸으로 수화를 표현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하나님께 서원한 대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청각장애인 성도의 생활을 챙겨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법률·의료·행정·가사 상담이 끊이질 않는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주성농인교회에는 입소문을 듣고 서울은 물론 경기도 하남과 수원 등지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주일 오후에는 비장애인에게도 무료로 수화를 가르친다.

“청각장애인은 겉모습만 봤을 때 비장애인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지 잘 알지 못해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기에 대부분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받는 그들의 숨겨진 아픔과 어려움을 어루만지고 있지만 실제 안타까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기간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이끌고 독일을 방문해 선진 농교육을 전수받고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의 열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청각장애 목회자들의 ‘입’을 대변하는 일도 그가 기쁨으로 하는 사역 중 하나다. 서울시농아교회연합회장을 맡아 농교회들의 연합과 일치사역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예술에 소질이 있는 청각장애인들을 가르쳐 농인찬양단도 만들었다. 필리핀에 청각장애인 선교사 2명을 파송하기도 했다.

“제 예술적 달란트를 나눠줘 청각장애인들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문화선교활동에도 동참할 수 있도록 온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이 언제든지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도록 24시간 예배당을 개방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 같은 열매는 건축회사에 다니는 박 목사의 남편 이완복(65·케이지에스테크 대표)씨의 남다른 보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씨는 수입의 절반 이상을 박 목사의 사역에 후원한다. 그는 사람들이 건네는 질문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읽는다고 했다.

“어느 날 목사님 한 분이 제게 이렇게 묻더군요. ‘집회 때 청각장애인들이 그렇게 많이 옵니까. 교회 올 때 어떻게 오나요. 버스 빌려서 모두 태워옵니까’라고요.”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 즉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틀에 박힌 생각에 그는 편치 않은 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 질문에 그냥 이렇게 대답했어요. 자기들끼리 지하철 타고 알아서 옵니다. 그런데 그 질문했던 분이 우리 청각장애인 교인들을 한 번 보신 뒤 ‘확’ 달라졌어요. 찬양과 율동, 성경읽기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게 없는 친구들이거든요.”

그의 목회철학은 ‘섬김목회’다. 청각장애인 교회와 성도를 섬기면서 이들의 ‘통역사’로서 자신의 다짐을 잊어본 적이 없다. 섬김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목적(마 20:28)이고 또한 기독교인이 해야 할 사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 유영대 기자(국민일보종교부)
*편집자주: 이 글은 국민일보 2018년 10월6일 10면 기사를 축약계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