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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21] “산재보험금 지급하라”
교회 일하다 사망한 전도사에 법원 “산재보험금 지급하라”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는 전도사도 근로자에 해당되므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사역 중 다치거나 숨진 목회자, 전도사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급여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해당 교회는 산재보험료를 3년간 소급해 추징당한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A씨는 2010년 12월 강원도 원주의 B교회 전도사로 부임했다. A씨는 당시 담임목사와 연봉 및 근로시간, 계약기간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담임목사를 보좌해 전도활동을 했다. 교회는 A씨에 대해 직장건보와 고용·산재보험,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고 근로소득세도 원천징수하지 않았지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대납해줬다.

A씨는 2011년 6월 담임목사의 지시를 받고 교회 내 체육관 벽면에 흡음판을 부착하기 위해 사다리를 놓고 일하던 중 5m 아래로 추락했다. 병원으로 이송돼 뇌출혈 등의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A씨는 20여일 만에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지난해 2월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이 ‘교회 전도사는 근로자가 아니며, 목사 안수를 받기 전 생활보장 차원의 전도사 사례비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자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춘천지법 행정부(부장판사 정문성)는 “A씨가 근로계약을 맺어 월급을 받았고 이를 생계비로 쓴 데다 목사의 지시에 따라 일했기 때문에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5월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적 관점에서는 성직자를 두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평가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사회적·법적 관점에서 근로자로 평가해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공단 관계자는 “성직자는 일반 근로자와 구별돼야 한다”면서 “성직자를 근로자로 판단하면 종교가 가지는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산재보험금이 지급될 경우 해당 교회에는 3년간 소급해 보험료를 추징해야 한다”면서 “관련법에 특례 마련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용주(서울신천교회 장로) 세무사는 “법원이 성직자를 근로자로 판단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한국 교회는 성직자 사례금 중 일부를 걷거나 국가,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건강과 고용, 산재, 국민연금 등 4대 보험과 유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국민일보 2013년 5월21일 25면 인용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