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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0/09] 영성의 눈 뜨고 손 끝으로 전도합니다
“할머니, 시원하세요? 어깨가 많이 뭉쳐 있네요.”
“아, 아주 시원해. 나이 들어 허드렛일 하느라 어깨가 욱신욱신 아팠는데 정말 고마워요.”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월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앞에 이색풍경이 펼쳐졌다. 시각장애인 30여명이 안마 봉사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오후 늦게까지 시민 300여명이 안마를 받았다. 이날 안마봉사를 한 이들은 서울 관악구 복천교회 예루살렘선교회 소속 ‘시각장애인 안마전도대’ 교인들이다.

이들은 평소 갈고 닦은 안마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구슬땀을 흘리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1급시각장애인 김호진(37·주부)씨는 “안마를 받으면 혈액순환 개선, 피로회복, 노화방지 등 건강에 좋다”며 “안마봉사와 전도활동을 하며 교회 다니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안마를 받은 시민은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안마를 해준 사람들이 시력을 잃고 힘들게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에 더욱 감사했다. 박주섭(47·회사원)씨는 “야근을 하느라 어깨가 묵직했는데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의 봉사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바쁘다’ ‘나중에’ 등의 핑계를 대며 소외이웃을 돌보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교인들은 전도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최고의 행복입니다’라는 문구와 교회안내 등이 들어있는 전도용 휴지를 나눠줬다.

청년 서너 명은 기타 반주로 찬양을 불렀다. 풍선아트 2급 자격증 소지자인 조천례(64·시각장애 1급) 권사는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었다. 칼 모양 풍선이 가장 인기였다. 김민호(7·유치원생)군은 “칼 모양 풍선이 너무 멋있다. 이 풍선으로 장군이 됐다”며 재롱을 피웠다.

행사를 기획한 김종선(62·건축업) 장로는 “시각장애인들이 기억력이 좋고 인정 많고 우애가 있어 여간해선 큰소리로 싸우지 않는다”며 “늘 밝게 웃는 시각장애인들을 보면서 예수가 주는 행복은 늘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교인의 봉사활동과 거리전도는 12년 전 이 교회 담임 조완제(61·시각장애 1급)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교인들은 매주 수요일과 주일 안마와 지압, 침 봉사활동을 한다.

조 목사는 “거리전도를 통해 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하지만 전도는 크리스천이 해야 할 소중한 일이니 당장 열매가 없을지라도 계속 전도하면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믿음 때문이었을까. 1984년 서울 노량진 가정집에서 시작한 복천교회는 ‘교회 이름처럼’ 하나님의 복을 받고 있다. 현재 교인이 110여명이다. 시각장애인교회치고는 꽤 큰 규모다. 30%가 비장애인이다. 2010년 12월 지상 5층, 지하 1층 빌딩을 구입해 이전했다.

복천교회의 기도제목은 ‘시각장애인 복지관’ 설립이다. 복지관 안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안마센터와 숙식을 제공하는 양로원, 주간보호센터 등을 만들 계획이다.

조 목사는 “보이는 분들이 시각장애인들의 전도 열정을 보며 도전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우리가 실명한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려함이라’(요 9:3)라는 성경 말씀대로 천국에 갈 때까지 열심히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유영대 기자(국민일보 종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