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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8/25] 감람산의 그리스도
프란시스 고야, 감람산의 그리스도, 35*47cm, 패널에 오일, 1819년, 스페인 마드리드
칠흑 같은 어둠이 그리스도를 내리누르고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간절히 붙잡고 기도하던 바위 외에는!
왼쪽 위 대각선 방향으로부터 쏟아지는 빛 속으로 아이 천사가 양 손으로 잔 두 개를 가지고 다가온다. 상황이 엄중한 만큼, 보통 귀엽고 귀족적 분위기의 어린 천사가 아니라, 어찌 보면 작은 악마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잔을 맞이하는 그리스도는 우리가 많이 본 푸른 눈과 긴 금발 머리카락의 호남 형 그리스도가 아니다. 별로 말끔하지 않은 행색의 그리스도는 어둠 속에서 동그란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잔을 응시하고 있다. 화가는 주님의 오른 손가락들과 얼굴 군데군데에 핏기를 묻혀 놓았다. 두렵고 떨리는 이 엄청난 현실을 피하게 해달라고 바위를 붙잡고 밤새 기도했는가 보다.
처음 내가 이 그림을 보았을 때, 양 팔을 벌린 주님의 모습은 ‘무엇이든지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기도하기 위해 그 앞에 앉아 자주 쳐다볼수록 ‘저보고 어쩌란 말씀입니까?’라고 울먹이며 항변하시는 모습으로 보인다.
십자가는 정말 그런 것 같다. 이미 갈보리 언덕에서 숱하게 처형당하던 유대인들이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모습과 짐승의 울음 같은 신음 소리까지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인데, 이제는 직접 그 십자가에 못 박혀 매달리라는 하나님의 뜻 앞에 선 주님은 ‘알겠습니다. 달게 지겠습니다!’ 보다는 자꾸만 ‘저보고 어쩌란 말씀입니까?’하고 울먹이며 양 팔을 벌려 자포자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끝내 주님은 이 지독한 섭리를 온 삶으로 수용하시지만!
십자가야말로 그리스도 삶의 정점이었다. 주님의 삶 전체를 한 점으로 표시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십자가의 죽음이 될 것이다. 당연히 십자가를 빼고 기독교는 존립할 수가 없다. 십자가를 빼면 마치 신기루처럼,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바로 기독교다. 오늘, 한국교회의 위기는 십자가를 번영과 풍요로 지워간 것에 그 뿌리가 닿아있다.
누구나 무릎 꿇고 간구하는 교회 기도실 작은 강대상에 이 그림을 주문하여 놓아두었다.---페이스북 이훈삼목사(성남 주민교회)홈페이지에서 인용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