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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03] '교회세습’은 현재진행형
1934년 5월 29∼31일 독일 바르멘에 25개 주 교회 139명의 대표가 모였다. 여기에서 발표된 신학과 신앙에 대한 선언을 ‘바르멘선언’이라고 한다. 이 선언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33년 히틀러가 제국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두 달이 채 못 되어 ‘아리안조항’이 법제화된다. 독일 민족의 절대적 우월성과 유대인에 대한 적대적 관점이 여기에 담겼다. 이것이 훗날 진행된 모든 비인륜적 비극의 정신적 이론적 근거였다. 600만명 이상의 유대인을 학살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독일 사람 가운데서도 장애인을 죽이고 집단 수용한 일들 말이다.

당시 독일 교회, 이른바 ‘독일 그리스도인들(Deutsche Christen)’은 히틀러의 광기에 순응했다. 독일 교회의 국가 감독인 루트비히 뮐러는 이런 말까지 했다. “그리스도께서 아돌프 히틀러를 통해 우리에게 오셨다.” 망발이요, 배교요, 하나님 모독이었다!

비상사태였다. 이 상황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삶의 유일한 기준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였다. ‘고백교회(Bekennende Kirche)’ 모임. 신앙은 그저 지식이나 제도가 아니라 내 삶의 현장에서 온 몸으로 고백돼야 한다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바르멘선언이 나왔다.

바르멘선언 1항은 이렇다. 먼저 요한복음 14장 6절과 10장 1·9절을 인용하고 이렇게 이어진다. “성경이 우리에게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시다. 우리는 죽든지 살든지 그 말씀을 들어야 하며, 신뢰해야 하며, 살아내야 한다. 우리는 거짓 교리를 배격한다. 교회가 자신의 선포에서 이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 외에 어떤 다른 근원을 가질 수 있다거나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그 어떤 사건들이나 권세들, 다른 인물들이나 진리들을 하나님의 계시로 보는 것을 말이다.”

지난 9월25일, 감리교회에서 ‘세습방지법’이 통과됐다. 한국 교회 역사 흐름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틀 후 초대형 교회 중 하나인 왕성교회 당회에서는 담임목사의 아들 목사를 후임자로 청빙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10월 7일 전 교인이 참여하는 공동의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일반 정치나 사회 영역에서 어떤 사안이 이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야말로 ‘핫 이슈’다. 다른 의제를 덮을 만한 사건이다.

그동안 담임목사직 대물림에 관해 논의가 많았다. 최근에는 김홍도 목사와 김동호 목사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지나간 문제가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며 한국 교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사안이다. 세습에 관한 논의 가운데 조직신학자 김명용 현 장로회신학대 총장이 2001년에 쓴 글이 성경과 바른 신학에 근거하여 가장 깊고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목회자의 세습에 대한 신학적 비판’이란 제목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블로그에 올라 있다. 김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교회의 깊은 병이요, 한국 교회를 죽이는 암이 마침내 목회자의 세습의 형태로 오늘날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김 총장은 세습이 목회자의 타락이며 성도들의 태만과 방임의 결과라고 했다. 하나님 나라의 거울인 교회를 치명적으로 파괴시키며, 교회가 사회에 선포해야 할 예언자적 메시지를 무력화시키며, 결과적으로 교회 성장에 큰 손실을 입힌다고 보았다. 결국 교회를 망칠 것이라고 했다.

이 신학적 고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른 사안과 달리 교회 세습에 대해서는 일반 언론도 많이 보도했다. 기독교가 사회에서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언론이 계속 추적 보도해야 한다. 교계 언론은 물론이다. 특히 신학자들이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땅에 신학자들이 있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형은(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