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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8/14] 풍경화는 종교개혁의 열매
17C 네덜란드 풍경화는 종교개혁의 열매
---창조질서·도덕성까지 충실히 표현한 풍경화… 네덜란드 화파처럼 건강한 예술 향유했으면

네덜란드는 17세기에 외교,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신흥 강국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때 문화예술도 만개해 이른바 ‘미술의 황금기’를 맞았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제작된 그림은 무려 900만여 점이나 되었는데 “5분마다 새 걸작이 탄생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종교개혁이 네덜란드 회화작품의 주제와 관련하여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종교개혁 이후 주 수입원이던 ‘제단화(Altarpiece)’ 주문이 끊기자 네덜란드 화가들은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등에서 활로를 찾았다. 종교개혁은 그동안 교회에 매여 있던 화가들에게 자유를 선사하여 그들이 속한 일상과 사회에 충실하도록 견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초상, 나무와 바다, 농민, 정물 등을 그리는 전문 화가들이 생겨났고 화가가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을 판매하는 근대적 의미의 미술시장도 형성되었다.

그중에서도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풍경화이다. 그들은 풍경화를 통해 네덜란드의 국토, 특히 꽃과 나무들과 바위, 시냇물, 하늘과 들판 등을 화면에 담았다. 네덜란드의 풍경화가들은 중세와 달리 화면에 성경적인 이미지를 직접 기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심미적이고 순수시각적인 화풍을 탄생시킨 최초의 유파라고 불렀다. 이들의 풍경화를 화가의 개인적인 ‘기분’이나 ‘감상’을 드러낸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을 바로잡은 것은 미술사학자 마르틴 드 클레인(Maarten de Klijn)이다. 그에 의하면 네덜란드의 미술에서 사실적인 풍경화를 태동시킨 것은 세속적인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개혁주의’였다. 사실적인 풍경화의 태동은 직접적으로 북네덜란드의 개혁주의의 영향에 기인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었다. 클레인은 칼뱅이 자연을 하나님의 말씀의 계시로 본 것을 상기시키면서 피조세계를 하나님을 아는 원천의 하나로, 하나님의 미와 선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분의 피조계에 대한 보살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클레인이 네덜란드 풍경화를 그렇게 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는 칼뱅의 자연에 대한 관점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자연계의 아름다움과 완벽한 질서, 조화가 그분의 솜씨를 뚜렷이 증거한다는 사실은 칼뱅의 신학에서 누누이 강조되었고, 이런 맥락에서 칼뱅은 하나님을 ‘이 우주의 아리따운 구조를 세운 최상의 건축가’로 기술하였다.

칼뱅은 자연만물에 대해 하나님의 본체를 너무나 명확하게 반영하는 존재로서 영적인 눈이 희미한 인간을 위해 ‘우주의 창조자 앞으로 인도할 다른 훌륭한 조력자’(칼뱅)를 마련해두신 것으로 판단하였다. 클레인은 칼뱅의 해석에 바탕하여 네덜란드 화가들이 자연만물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탄생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파악하였다.

검약과 절제의 미덕을 중시하는 기독교적 삶의 태도는 그들의 그림에도 반영되어 소박한 색채를 기조로 삼았다. 호이연, 루이스달, 렘브란트, 코닝크 등이 구사한 색조는 ‘프롱크(pronk)’로 불리는 화려한 정물화의 색조와 구별된다. 그들은 해변의 모래언덕, 드넓은 들판, 전원 등을 절제된 단색조의 색감으로 채색하였는데 이러한 모노톤에서 우리는 그들의 검소한 생활과 의식 수준을 짐작하게 된다.

그림을 자기감정 또는 자의식의 전달 통로로 삼기보다 외부 세계를 깊이 성찰하고 이를 통해 내적인 삶에 충실하려는 태도를 읽어볼 수 있다. 그 결과 이들은 풍경을 통해 자연질서, 창조질서, 심지어 인간이 지켜야 할 분수와 도덕성까지 표현하는 등 사상 유례가 없는 높은 종교적, 윤리적, 예술적 수준을 성취하였다.

종교개혁은 예술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교회미술이 퇴조하는 대신 풍경화나 인물화, 정물화 등 세부 장르의 개척과 삶과 신앙의 통합은 획기적인 성과로 지적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듯이 많은 화가들은 자신의 예술작품을 기독교 정신에 맞게 개선하였다.

이 같은 양상은 오늘날 기독교인의 미술활동이 태풍 앞의 촛불처럼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지경에 놓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예술을 예술답게 바꾼 네덜란드화파(Dutch School)를 귀감으로 삼아 우리도 적극적으로 창조적인 예술을 만들고 건강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봄직하다.

글 서성록(안동대 교수·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