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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2/14] 서혜경, "이제 나누며 살 거예요"
지난 1월26일 서울 혜화동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소극장 안. 50여명의 여성들이 허름한 소극장 무대에 오른 한 여성을 주목하고 있었다. 무대에 올라선 그녀는 오른손을 불끈 쥐고 말했다.

"저는 만 스물아홉 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제 모습이 아름답지요? 물론 이곳에 모인 여러분은 더 아름답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힘을 내세요. 나의 삶은 내가 설계하고 개척하는 것입니다. 우린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48·경희대 교수)씨다. 유방암 환우들의 모임인 '비너스 노래교실'에 참석해 그녀는 환우들과 아픔을 나누며 위로했다. 그녀 역시 유방암 수술을 받은 그들의 친구였다. 서씨는 이날 단순한 환우가 아닌 암을 이겨낸 '열정의 비너스'로 무대에 올랐고, 슈만의 '헌정'을 즉석에서 연주했다.

2006년 10월 그녀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오른쪽 가슴에 생긴 암 덩어리가 겨드랑이 림프샘까지 퍼져 어깨 근육과 신경까지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오른손을 쓰지 못한다. 양손을 사용하는 피아니스트인 그녀에겐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비로소 피아노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왜 불구로 만드시느냐고 하나님을 원망했어요. 왜 저예요?라며 소리질렀지요."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녀는 구약의 욥을 떠올렸다.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꿋꿋하게 이겨낸 희망의 사람 욥. 그녀 역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자신을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나섰다. 그녀가 만난 7명의 의사 중 5명이 피아노를 포기하라고 했다. '제발 피아노만은 치게 해달라'는 그녀의 애원을 억지 쓰지 말라며 오히려 나무랐다.

"가족들도 모든 것을 잃어도 건강이 먼저라고 위로했어요. 그 말이 사실인 줄 알면서도 피아노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어요. 피아노는 제게 산소예요. 숨 쉬는 이유랍니다."

절망에 빠졌던 그녀는 지난해 4월 서울대학교병원 유방센터 노동영 박사를 만나면서 희망을 찾았다. 그녀의 오랜 팬이었던 노 박사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 필요한 신경과 근육 조직은 남겨두고 암세포만 제거하는 초정밀 수술을 진행했다. 노 박사는 "나는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며 그녀를 격려했다"고 말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며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그 힘으로 고통스런 방사선 치료도 모두 견뎠다. 그리고 지난 1월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과 3번을 열정적으로 연주하며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존재를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렸다.

"아프기 전에는 연주회를 마치고 나면 불안했고 제 자신을 채찍질 했어요. 남과의 싸움에서 항상 '최고'만을 추구해왔던 저로서 실수를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감사만 넘쳐흘러요. 인생에서 중요한 건 '최고'가 아니라 '최선'이라는 걸 깨닫게 됐고, 진정한 행복은 나눔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요."

그녀는 요즘 주변에 감사 인사를 건네느라 바쁘다. 33번의 방사선 치료와 한 차례의 대수술을 받는 중에도 단 한번도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올케(김원선씨)에게 먼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저보다 많이 어린 올케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병원갈 때마다 항상 동행해주고, 옥인교회 주일예배 때마다 제 옆에 앉아 꼭 손을 잡고 기도해줬어요."

또 빠질 수 없는 이가 '기도의 어머니'인 모친 이소윤씨다. 이씨는 "수술하고 재기의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걸 보면서 하나님께서 혜경이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귀한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완치가 아닌 완쾌 판정을 받은 그녀는 재발의 두려움을 안고 산다. 스트레스는 그녀의 가장 큰 적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하나님의 기적을 믿으며, 올해 많은 계획들을 세워놓았다. 피아노 음반 '보석상자' 2집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 등 녹음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글 노희경 국민일보기자 hkroh@kmib.co.kr

09/06/13 Donvi / 주님의 사랑이 함께하시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