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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7/23] 권석근, 진정한 웰다잉
어떤 아가씨가 한 청년과 연애를 했는데, 청년의 가정은 아주 가난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러나 이 여자는 ‘내가 이 사람과 함께 보란듯이 행복하게 살리라!’ 결심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3개월 동안 꿈같은 결혼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이 여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내 남편이 죽다니! 이 나이에 과부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하나? 이럴수는 없다” 상심하다가 남편의 장례식 때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내 남편은 죽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충격으로 눈이 멀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니 남편 잃고, 눈멀고,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이 여자가 너무도 불쌍해서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하다가 지혜로운 분을 만나 상담을 하도록 주선했다.
약속된 날 이 지혜로운 사람은 그 여자를 만나자 마자 “아까 내가 길에서 네 남편을 만났는데, 고민이 많은 것 같더라” 이렇게 말을 걸었다. 이 말을 듣자 여자는 통곡하면서 “제 남편은 죽었어요! 어떻게 죽은 사람을 길에서 만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순간 그 여자는 눈을 뜨게 되었다. 인도의 사상가 라즈니쉬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삶과 죽음은 인류역사의 진원지이며 인생의 희로애락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삶과 죽음이 반복되었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참으로 미숙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아직도 삶과 죽음을 잘 모른다. 특별한 교육도 없었고 더구나 죽음을 준비할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했고 죽음에 부딪히면 원초적 본능이나 관습에 따라 처리되어 왔다.

과연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히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원치도 않았는데 이 세상에 와서 살고 있고 예약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떠나야 한다. 삶과 죽음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서 있다.

요즘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관심이 우리사회의 핫이슈로 등장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미숙한 국민적 정서를 서서히 바로 잡아가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잘 된 일이다. 모든 사람들은 더 오래, 더 의미 있게, 더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 더 오래는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유예시켜 보자는 것이고, 더 의미 있게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삶의 방향 설정이라 하겠다.

더 오래, 더 의미 있게 살기위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 돼야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뒷받침해 준다. 삶이란 법칙이 있는 것이고 꼭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양 싶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생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사라진다. 그리고 죽는다. 죽더라도 제대로 죽고 사라지더라도 멋지게, 최소한 추하진 않게 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나는 무엇으로 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물음 앞에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은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돈 많고 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돈과 권력을 좇겠지만, 정녕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자기만의 향기를 뿜어야 한다. 꽃향기는 천리를 간다지만 사람의 덕과 가치는 만년 동안 향기로운 법이다.
우리의 마지막 임종은 언제일지 모른다. 오늘일 수도 있고 내일이나 모레일 수도 있다. 그 때는 지나간 삶을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는 남은 세월을 재조명해 볼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 죽음이란 적당한 시기에 모든 것이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 쌓여 편안한 죽음을 맞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건강하고 즐겁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천상병의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사람이 머물다 떠난 자리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결혼식이 끝난 자리는 꽃잎과 꽃가루가 남는다. 군인들이 야영하다 떠난 자리에는 텐트 친 자리와 트럭의흔적이 있고 야영객이 떠난 산 계곡에는 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남는다.

우리가 이 땅에서 한평생 머물다 떠난 자리는 소나무의 옹이처럼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게 된다. 아브라함 링컨은 평소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내 마지막 날 나를 땅에 묻고 돌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아브라함 링컨, 그는 이 땅에서 잡초를 뽑고 꽃을 심다 떠난 사람이다”
권석근 장로(대전홀리클럽 부회장)